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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Thinking

어뷰징(Abusing), 뿌리깊은 편법의 세계

블로그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독자적인 채널을 구축하거나 SNS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높은 트래픽 달성, 팬과 팔로우 증가에 주요 목표를 설정해 왔다. 블로그에 올리는 콘텐츠는 본문과 상관없는 이슈 키워드를 제목에 다는 방식으로 방문자수와 페이지 뷰 수를 높이도록 유도하고, SNS 채널은 리워드 앱에 광고를 집행하거나 요즘 문제가 되는 소위 '농장, 공장'을 동원해 팬과 팔로워를 늘리기도 한다.

 

유튜브는 어딜가나 이슈. 어뷰징도 피해갈 수 없다 Photo by Con Karampela on Unsplash

곳곳에 만연한 어뷰징(Abusing)의 실태

어뷰징(Abusing)이란 '오용, 남용, 폐해'라는 뜻을 가진 용어로, 과거에는 인터넷 기사 등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인 트래픽을 만들어 내는 행위로 쓰였다. 미시적 관점으로는 해당 기사의 인기도를 올리는 행위라 볼 수 있지만, 거시적 관점으로는 전체 사이트의 트래픽을 높임으로써 광고 수익을 함께 높이는 편법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게임 분야에서 사용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캐릭터의 능력치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여러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점수를 밀어주는 품앗이 행위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문제는 그러한 편법적, 불법적 행위로 인해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프로듀스 101 투표수 조작의혹'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 유튜브에서도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조작 등 어뷰징 관련 기사도 나온 바 있듯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는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된다는 것인데, 누군가는 데뷔할 기회를, 누군가는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보여줄 기회를 잃게 된다. 어뷰징은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고, 피해액도 명확하지 않고 가해 주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범죄행위임은 분명하다.

 

유튜브 어뷰징 사례, 일독을 권한다 (출처: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9080172711)

콘텐츠의 공정성, 플랫폼의 신뢰도 하락은 당장의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을 '법적, 사회적 정의' 문제로 해석한다면 매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가의 자녀 부정 채용 청탁의 경우도 매우 심각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정부 부처에서도 대표적인 어뷰징 사례인 '음원 사재기(실시간 차트 어뷰징)' 이슈와 관련해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전문가를 통한 이슈 대응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라장터에서 진행하는 '음원 사재기' 관련 입찰

디지털 마케팅계의 어뷰징 사례

디지털 마케팅 분야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SNS 팔로워 수 조작이다. 블로그가 주요 채널일 때는 방문자수 조작기가 있었고, 이어 대표적인 마케팅 채널이 되었던 트위터에서 팔로워를 늘려주는 '농장'이 성행했다. 이제는 보다 조직화, 전문화(?) 된 작업 꾼들이 '농장'을 넘어 '공장'을 차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팬, 팔로워, 구독자, 러닝타임의 숫자를 늘려준다. 

 

실제 경험하고 조사한 사례를 보자.

 

모 식음료 브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 분석
모 가전 브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 분석

2017년, 광고주의 의뢰로 조사하다가 찾아낸 2개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 분석자료이다. 첫 번째 분석 자료는 식음료 브랜드의 페이지이고 두 번째 분석 자료는 가전 브랜드의 페이지이다. 특정 날짜에 비정상적인 팬 증가 수치를 보인다. 당시 해당 식음료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을 운영대행 하던 에이전시를 알고 있었고, 지인을 통해 알아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TPO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적시에 발행해 잘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답변을 전달받은 바 있다.

 

페이스북은 아무리 광고비를 퍼 부어도 하루에 5만 명의 팬을 만들기 어렵다. 페이스북 광고 노출, 지불 방식등의 알고리즘 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구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브랜드 페이지가 같은 날 동시에 5만 명의 팬이 증가하다니... '같은 에이전시가 운영하면서 공장을 동시에 가동했나'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식음료 브랜드의 팬 구성을 살펴보면, 5월 25일에는 한국 팬이 33.64%, 인도네시아 팬이 25.8%였으나, 5만 팬이 급증한 이틀 뒤인 5월 27일에는 한국 팬이 25.66%, 인도네시아 팬이 43.3%로 기록되었다.

 

혹시 해외에서 유명한 모델을 썼을 수도 있어 해당 날짜의 게시글을 봐도 평이한 일상 콘텐츠를 전체 공개로 발행했고, 언어나 지역 타겟으로 발행했을 수 있어 언어 변경, VPN을 통한 지역 변경 후 확인해도 별다른 콘텐츠 이슈를 확인할 수 없었다. 관리자만 볼 수 있는 광고용 블라인드 포스트나, 인도네시아 팬 모집을 위한 LIKE AD를 집행했다고 하기에는 모든 콘텐츠가 한국 팬 대상의 국문으로 제작, 운영되고 있었다. 결국은 '어뷰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사례다.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광고주를 둔 에이전시는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기 위해서, 또는, 광고주의 지시와 묵과로 만들어낸 숫자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불공정 경쟁의 피해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개척하고 있는 모든 마케터가 아닐까 싶다.

 

NO 어뷰징, YES 인식의 전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서는 과정보다 결과 중심의 목표 KPI 설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채널을 운영 대행하면서 월간 보고를 진행할 때, 광고주의 실무자는 사용자가 어떤 유입 키워드로 들어오고, 1 방문자가 몇 페이지를 소비하고 나갔는지, 그리고 어떤 키워드가 유의미한지 인사이트를 요구하는 데 반해서 위 직급의 책임자는 '그래서 얼마나 들어왔는데? 지난달보다 증가했다는 말인가?'의 결과치(숫자)에 더 의미를 두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니 사업과 관련된 유니크 키워드를 개발하기보다 시즌, 유행 키워드를 더 많이 사용하고, 타겟 도달 따위는 안중에 없는 SNS는 팬 수 늘리기 리워드 앱에 의존하게 된다. 이탈률이 무려 40%에 육박하는데도 매달 예산을 잡는다. 페이스북의 정상적인 광고로 1 팬을 늘리는데 1,200원이 들지만, 리워드 앱은 1 팬에 360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

 

브랜드의 메시지는 광고 카피처럼 '뙇'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 또, 영원하지도 않다. 마치 유기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 채널이 변하고 소비자,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메시지 개발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더 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개발을 하는데도 가진 자원이 부족한 마당에 그저 숫자만 들어다보고, 가짜 팬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성과로 포장하는 짓은 이제 그만하자. 당신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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