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의 일이다. 일이 한참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즈음, 당시 회사의 직위 구조의 한계를 한 직원한테 풀어놓을 기회가 생겼다. 나이로는 대리급으로 진입해야 할 시기가 되어 "너도 이제 이 정도는 해봐야지... 이제 대리를 달 시기기도 하고, 대리가 되면 능동적으로 해야 해"라고 이야기했더니 정색을 하며 답하길, "저는 대리가 되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달 마음도 없어요. 대리가 되면 일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직위, 소위 말하는 직급(직위가 바른말이다). 조직 내 계급이 상승한다는 것은 권한과 책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작은 조직이나 회사의 경우, 본래 직위보다 후하게 붙여주는 편인데 이는 대외적인 신뢰도를 직위로 표현한 것으로 그 사람의 능력치를 대변하지 않는다. 여러 기업과 미팅을 하다 보면 말의 습관, 이메일 한 줄에도 그 사람의 연륜을 경험할 수 있다. 처세라면 처세랄까? 대우는 과장급으로 업무처리 과정에서는 대리 정도의 급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함에 찍힌 타이틀이 특정 업무의 키를 가지고 가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실질적인 역할에서의 직위이다. 직위가 상승함에 있어 지레 겁을 먹는 건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이리라. 직원들은 직위가 상승함에 있어 생기게 될 '권한'보다 '책임'에 무게를 더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권한'의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당신은 대리를 달게 될 것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권한'과 피하지 못할 '책임'도 부여받게 될 것이다. 둘 다 싫다면, 직장인 라이프는 버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조직은 어쩔 수 없는 '상위지향적' 구조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조직의 구조는 '상위 지향적'이다. 사원은 대리를 바라보고, 대리는 과장을, 과장은 차장, 부장을. 조직의 성장과도 관련된 부분으로 조직 역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내려는 목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원 역시 성장을 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당신이라면 몇 년 동안 어쩌면 평생 대리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전직을 하지 않는 이상 나이와 직위로 그 사람의 일적인 능력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경력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의 '잘함'과 '못함'의 판단은 책임을 어느 정도 책임 있게 가져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는 고용과도 깊게 관여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노력해야 한다. 그 직위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대리는 대리대로, 과장은 과장대로, 부장은 부장대로 그에 맞는 능력치를 보여 주는 것, 그게 회사가 당신을 고용해서 함께 일하는 이유가 된다.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는 실수와 책임질 일에 대해 무한한 관용을 베풀까? 회사와 구성원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계약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 의지하다가, 가'족같은 분위기'로 퇴사를 결심한 경우도 수없이 봐 온 1인이다.
직위에 욕심을 내자. 책임지는 걸 연습하자. '책임의 상자' 안에는 버려야 할 자존심과 심지어 부하직원에 대한 존중, 습관적인 감사, 진심 어린 사과가 담겨있다. 몸담고 있는 조직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누가 책임지는 사람인지 살펴보길 바란다. 딱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거나 책임이 누군가에게 몰려 있다면 당신이 그 조직에서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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