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Part. 1 글에서 잘못된 이메일 예시와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왜 이메일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툴인지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이메일을 써야하는지 기본적인 방법(정석이라기보다 경험에 의해 최적화된 방법론)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수신ㆍ참조ㆍ숨은참조 구분해 쓰기
이메일 쓰기는 '받는 사람'을 입력하면서 시작한다. 받는 사람(수신자)에 프로젝트의 모든 관련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 수신과 참조에 넣은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은 보내는 사람이 정의하는 것이 업무 진행에 효율적이다.
수신자에 넣는 이름은 내가 보낸 이메일에 대해 업무를 직접적으로 처리하거나 책임져야 하는 단 1명이다. 즉, '내가 특정한 당신에게 업무를 보내니 처리해달라'의 뜻으로 보면 된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이 10명이든, 20명이든 모두 참조처에 들어간다. 내부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책임자가 바뀌게 되면 참조로 메일을 받은 사람 중 누군가가 업무에 대해 백업을 해주면 된다.
수신자에 여러 사람의 이름을 넣는 경우, 누구도 이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본문에 받는 사람 이름도 적지 않아서 도대체 누구에게 업무를 요청한 건지 알 수 없다. 내 업무가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면 수신자에 단 1명의 이름만 넣어 보내자.
가끔 수신자나 참조자에 다량의 메일 주소를 넣어보내는 경우 이메일 주소가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이때 '숨은참조'를 쓴다. 숨은참조로 이메일을 받은 사람은 이 메일을 누가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네이버 등의 포털 메일의 '개인별 보내기'가 이와 같은 기능이다.
메일에 대한 회신은 무조건 '전체회신'
업무가 처리되거나 메일 내용에 대해서 문의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전체회신(전체답장)'을 한다. 전체회신을 하게되면 최초 메일에 들어있는 수신자와 참조자가 그대로 붙어 회신하는 내용까지 함께 받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단순 '회신'(보낸사람에게만 회신)을 하는데, 프로젝트와 관련해 업무 진행사항을 팔로우 해야 하는 사람들이 참조에서 누락되어 버린다. 이런 경우 내부에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메일 전달하기(포워딩, forwarding)을 따로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간혹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거나 참조에서 빠져야하는 사람이 있으면 전체회신으로 회신 메일 쓰기를 한 후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된다.
함께 일했던 어떤 클라이언트는 모든 메일에 참조를 빼고 회신했다. 그때마다 참조처에 누구를 넣어주십사 여러번 부탁했지만 회신할 때는 절대로 참조를 걸지 않았다. 매번 '전달하기'로 내부에 회신 내용을 공유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회신을 하면서 참조를 다시 넣는 번거로운 작업들을 계속 했다.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다. 서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전체회신' 하기를 바란다.
제목은 내용의 한줄 요약, 내용은 간결하게
보통 메일함을 열었을 때 새로 도착하거나 이미 읽은 메일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메일의 제목들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고 내가 처리한 것, 해야할 것, 회신을 해야할 것 등을 메일 제목만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제목에 자기소개(?)를 보내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런 메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검색이 잘 안된다는데 있다. 그리고 제목 내용을 클릭해야 내용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좀 지나 이 메일을 보고,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며 계속 열어보게 된다.
이메일 제목은 본문의 한줄 요약처럼 써야 한다. '안녕하세요, 누구입니다'가 아니라 '2022년 사업 계약 진행 관련 건'으로 써야 직관적으로 어떤 업무 관련 메일인지 파악할 수 있다.
업무를 주도적으로, 스레드(thread) 관리
주로 사용하는 Gmail이나 네이버웍스의 경우 1개의 메일에 회신으로 주고받는 내용이 스레드로 묶여 표기된다. 한 가지 주제에 묶여있으니 관련 내용을 놓칠 일이 없어 편리한 기능이다.
문제는 이런 스레드가 길어지는(수발신이 많아지는) 경우 발생하는데, 내용이 바뀌었음에도 회신 버튼을 눌러 전혀 다른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신의 경우 RE: 가 붙는데, 반복 회신으로 RE: 가 계속 붙어와 제목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
메일이 계속 오가는 경우 스레드가 길어지면 중간에 참조자가 엉뚱한 내용으로 회신을 보내오기도 하고 주제가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우의 문제점은 바뀐 내용과 무관한 사람들이 계속 메일을 받게 된다는 점, 그리고 추후에 검색으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주제를 바꿔 새 메일을 써줘야 한다. '계약 관련 내용은 따로 메일 다시 드리겠습니다'라고 회신해서 마무리한 후, 새 스레드를 오픈하면서 해당 내용과 관련 있는 사람으로 수신자와 참조처를 구성한다.
반복 회신으로 RE: 가 이 정도로 반복될 정도면 메일 주제를 세분화해서 메일 스레드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메일의 히스토리가 중요해서 반드시 스레드로 묶여 있어야 한다면 현재까지 내용을 문서로 요약해 정리해 보내면서 이전 메일의 제목과 날짜를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히스토리를 파악하려고 모든 메일을 뒤적이는 것보다 누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면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메일 내용만 봤을 때 이 사람의 직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트레이닝이 잘 되어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주니어를 대상으로 이메일 쓰기 교육을 필수로 진행하는 이유다. 에이전시 마케터의 입장에서 조직이 트레이닝이 잘되어 있다는 것은 결국 조직과 회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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